[미래를 향해 뛴다]영도벨벳 `섬유업체서 고부가 IT소재기업으로`

전통산업인 섬유가 IT와 절묘하게 만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구미 영도벨벳(대표 이충렬)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섬유를 고부가가치 IT소재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융·복합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충렬 영도벨벳 대표(오른쪽)가 연구원들과 LCD 러빙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영도벨벳은 1960년 대구 평리동에서 영도섬유로 출발했다. 지난 53년간 오로지 벨벳(Velvet)만 전문으로 개발하고 제조해왔다. 벨벳은 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있는 천 실크로 흔히 비로드라고 부르는 섬유조직이다. 그동안 주로 의류용으로 쓰였지만 가방과 신발, 홈데코, 자동차시트, 소파 등으로 적용 분야가 크게 확대됐다.

벨벳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도 성장의 물살을 탔다. 1995년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이후 2006년 1000만불, 2010년에는 3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당시 영도벨벳 류병선 회장(현 이충렬 대표 모친)도 국산 벨벳을 세계 일류상품으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과 국민훈장(석류장)까지 수상했다.

영도벨벳은 `쓰리이글`이라는 명품벨벳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굳혔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997년부터 벨벳을 의류용뿐만 아니라 산업용 부품소재로 적용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벨벳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셈이다.

IT소재로의 변신은 지난 2003년부터였다. 벨벳 소재를 활용한 LCD용 러빙(rubbing)포 개발에 나선 것이다. 섬유회사가 IT소재를 개발하기까지 풀어야할 기술적 과제도 많았다. 러빙포용 벨벳은 일반 의류용 벨벳보다 2배 이상 밀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러빙포 개발은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과제에 선정돼 6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영도벨벳은 결국 2008년 중순, 연성회로기판업체인 하이퍼플렉스와 공동으로 LCD공정용 러빙포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LCD 러빙포는 20여년간 세계시장을 휘어잡은 일본 아기하라가 개발한 레이온소재 제품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도벨벳이 독자 개발한 러빙포는 세계 최초의 아세테이트 재질이었다. 일본 제품에 비해 공정이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반면에 LCD의 시야각과 명도, 색상구현, 터치감은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된 러빙포는 LG디스플레이 공정에 첫 적용한 뒤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현재 애플의 아이패드 LCD패널의 우수한 색상과 터치감도 이 회사의 러빙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영도벨벳의 LCD 러빙포는 현재 전세계 시장 10%를 점유하고 있지만 향후 몇년 내에 50%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50억원 늘어난 4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러빙포 매출은 작년보다 두배 늘어난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연구인력의 절반은 현재 러빙포의 직조 및 가공기술 향상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서도 이물질을 제거하는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영도벨벳은 회사성장에 발맞춰 최근 구미기업주치의센터와 손잡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코칭(Growth Coaching) 로드맵을 마련했다. 주치의센터 컨설팅을 통해 향후 세계 최고 수준의 러빙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충렬 사장은 “53년간 이어온 벨벳분야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IT 분야에도 공격적이면서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미=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